10월의 들뜬 나는 이태원 거리를 누비고 다녔어.
이상한 옷차림의 사람들이 장난을 치며 지나가.
소리지르는 사람들 휘청이는 사람들
어둑한 찬 바람이 스며 드니, 신나는 마음보다는 집에 가고 싶더라고.
집으로 가려했어. 배도 많이 고팠거든.
얼른 들어오라는 엄마의 부재중 전화가 벌써 네 통.
서두르는 마음이 들었어.
그나저나 이젠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이 곳에 질려버렸거든.
그런데 길을 잃었어.
크로스백 안에서 진동소리가 계속 울려댔어.
엄마가 또 전화하나봐.
이번에도 안받으면 정말 혼날 것 같아.
핸드백 속 스마트폰을 꺼내려 친구의 손을 잠깐 놓았어.
진동소리는 멈췄고, 나는 친구를 급히 찾았어.
짧은 그 순간에 친구는 저만치 떨어져 있었어.
불러도 불러도 친구는 더 멀어져 갔어.
친구도 나를 보며 손짓하더라.
가까이 가려했는데
인파의 흐름이 갈라지며 그 친구는 골목으로 떠밀려갔어.
나는 대로쪽에 휩쓸려 도저히 친구에게 다가갈 수 없었어.
친구가 나에게 뭐라고 하는 것 같았는데
음악소리, 사람들 소리에 도저히 알아들을 수가 없었어.
친구에게 전화를 했어.
친구가 손흔드는 게 보였어.
그런데 전화기를 받질 않았어.
시끄러워서일거야.
톡을 보내려고 했지만 사람들에게 떠밀려서 도저히 가만히 서있을 수가 없었어.
가방끈이 툭하고 끊어져 땅에 떨어졌어.
그런데 나는 허리를 숙일 수가 없었어.
나는 그냥 앞으로 앞으로만 가야했어.
친구랑 같이 며칠 밤을 새워 만든 드레스 자락이
땅에 끌러 지나가는 사람들의 신발에 더럽혀졌어.
아, 내 친구는 괜찮을까?
피곤함이 밀려왔어.
나는 정말 집에 가고 싶어 졌어.
정말 집에 가고 싶었어.
지하철역으로 가려는데
오히려 역에서 나는 멀어져가.
분명 나는 앞으로 걷는데 자꾸 뒤로 가고 있었어.
분명 내 발은 땅을 걷고 있는데 자꾸 허공에서 발길질을 하고 있었어.
모르는 사람들의 숨소리가 가까이 들려와.
정말 답답해.
진짜로 집에 가고 싶어.
엄마가 걱정하고 있을텐데.
아까 전화 못받아서 미안해.
내 친구는 집에 잘 갔을까.
나는 언제쯤 집에 갈 수 있을까.
나는 집에 갈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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